[가격] 르노삼성 QM5, 가격 대비 빈약한 사양 자동차 시장은

르노삼성 특유의 마케팅 덕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자동차 제원이나 가격을 가지고도 말이 많았다. 그런 탓에 소위 "뻥"튀기에 질렸다며 이미 관심을 접어버린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디자인에, 또 다른 사람들은 가격 자체에 실망한다. 더 실망스러운 건 기본적인 성능에서도 특별히 나은 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급사양을 앞세워 사실상 가격몰이를 하려는 인상이 짙다.

공개된 자료를 보자.

자랑하던 175마력 디젤엔진의 험로주행형 SUV 모델은 없다. 2008년 상반기에 수동미션을 달고 내년에 스포티 모델로 나온단다, 2.5리터 171마력의 가솔린엔진 모델과 함께. 따라서 170마력대의 디젤엔진과 가솔린 엔진은 아예 논의 대상에서 제외.

< QM5 제원표 > (참고: 제원표 보는 법)
* 출처: 중앙, 11/19/2007 

결과적으로 주력 모델 QM5는 기본 성능에서 시장의 기존 경쟁자들과 차이가 없다.

150마력, 토크 33의 엔진을 얹은 도심형 SUV. 자동변속기 기준 공인연비도 2륜 12.8km/l, 4륜 12.2km/l로 투싼, 스포티지, 산타페 2.0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참고: SUV 연비 비교). 비슷한 연비와 투싼과 산타페 사이의 무게민감도. 덩치에서는 너비와 길이에서 미국판 형제, 로그가 산타페(디젤)보다 길고 갸날프다면, 한국산 QM5는 산타페(디젤)보다 갸날프기도 하고 길이도 짧다. 적용되는 타이어는 미국산 로그는 16인치인데 반해, QM5는 17인치.

이제, 주력 모델은 150마력의 2.0 디젤엔진을 얹은 QM5

QM5의 기계적 성능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SUV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상했던 전형적인 소형 크로스오버 SUV다. 말은 기존과 전혀 다른 크로스오버라고 하지만 주변사양이 고급스러워진다고 도심형 애완견이 아니라 야외를 질주하는 사냥견의 혈통을 주장할 순 없다. 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오프로드를 주 목적으로 하는 크로스오버는 없다. 내년에 출시된다는 171마력 2.5 가솔린엔진도 미국산 로그와 마찬가지로 도심형 크로스오버이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173마력의 디젤엔진에 수동기어를 달아 오프로드형 QM5 스포티(sporty)를 내놓는다지만 여전히 주력 모델은 아니다. 주력은 150마력의 2.0 디젤엔진 QM5.

6개 에어백 기본장착은 기존의 끼워팔기 관행보다 개선된 것

그러나 QM5를 통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대다수 모델에 에어백 안전장치를 기본으로 장착한다고 한다. 이제까지 고급형과 최고급형에 묶여 있던 안전장치 판매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SUV는 승용세단보다 차체가 높아서 전복가능성도 더 높고 주행안전성도 상대적으로 더 요구되는 차량이다. 따라서 SUV의 기본 품질에는 기계적 성능만이 아니라 충돌안전 (6개 에어백과 액티브헤드레스트)과 주행안전 (브레이크제어시스템, 트랙션컨트롤, 차체자세제어장치)을 돕는 안전 장치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QM5나 SM5 등에서의 대다수 모델 6개 에어백 기본장착은 분명 개선이다. 그런데 기본형만은 에어백 혜택이 없다.

참고: 안전한 차 구매에 필요한 예산은?

QM5 기본형은 안전성능에서 거의 깡통 수준인데도 가격은 2,360만원

기본형이 기본장착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는 데다가 처음부터 모델 가격이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격을 보면, 아예 안전성능에서 깡통과 다름없는 2륜 기본형(SE, 자동기어 채택)의 가격이 2,360만원. 충돌안전장치라도 갖추려면 최소한 2,490만원의 2륜 SE+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썬루프 이외에 다른 옵션선택권도 없다. 여전히 충돌안전장치인 액티브헤드레스트와 주행안전장치의 핵심인 차체자세제어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안전 최우선이라는 르노삼성의 자랑거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르노삼성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QM5 기본형(SE)을 가지고 유로NCAP의 별다섯개 등급을 따낼 수 있겠나? 처음부터 유럽형 수출모델 기본형은 모든 안전장치를 기본으로 장착하여 판매하고 충돌테스트를 받겠다는 심산이라면 혹여 그렇게 얻은 등급으로 국내 판매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건 소비자 기만이다.

참고1: 유로엔캡 별 다섯개의 진실 - 안전장치 풀옵션으로 평가 (www.euroncap.com, 2008)
참고2: 국산 수출용의 안전평가, 내수용 차에도 적용 가능한가?

아마도 르노삼성은 피에조인젝터 디젤엔진과 6단자동기어만으로도 2,360만원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러나 피에조인젝터를 적용한 디젤엔진의 출력과 토크는 불행히도 기존 SUV와 다를 바 없다. 물론 4단이나 5단보다 6단기어가 훨씬 스포티한 주행을 운전자에게 안겨줄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QM5는 시내 도로나 약간 울퉁불퉁한 도로 주행에 맞춰진 크로스오버일 뿐, 오프로드의 주자가 절대 아니란 건 르노삼성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6단 자동기어를 채택하여 기대할 수 있는 건 연비개선 정도. 공인연비를 보니 그것도 큰 차이를 보이진 않지만 말이다. 결국, 오프로드인 "척"하는 장치로 기본 가격을 올린 셈.

QM5가 자랑하는 고급사양들은 고급형에만: 산타페 따라하기

르노삼성이 자랑하는 보스(Bose)사운드, 경사지주행보조장치(Hill Ascent and Descent Control), 파노라마(panoramic) 썬루프, 조이스틱네비게이션 (뒤에 열거된 파노라마와 네비게이션 사양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닛산 로그에는 없는 사양) 등은 차량의 기본 성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사실 없어도 그만인 사양들이다. 따라서 소비자 기호에 따라 선택 가능한 품목들이므로 옵션으로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QM5도 옵션으로 제공된다. 문제는 QM5의 경우 로그와 달리 모델을 7가지로 세분화하고 각 모델마다 제공하는 옵션도 조금씩 차별을 두고 있다. 게다가 모델을 한 단계씩 옮길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결국 QM5의 해당 옵션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이 용이한가라고 묻는다면, QM5는 "전혀 아니올시다"가 답이라 할 수 있겠다.

QM5의 7가지 모델은 크게 SE // SE+ / LE, LE+, // LEPremium, RE RE+로 볼 수 있겠다. QM5가 자랑하는 사양들은 모두 최/고급형에 해당하는 모델들에서만 선택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형 SE와 최고급형에 속하는 REplus의 가격 차이는 630만원. 6개 구간으로 나누어진 등급간 평균 가격차는 105만원이다. 바로 윗 등급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으려면 일단 105만원을 내고 윗등급의 모델을 선택하고 나서 다시 옵션비용을 치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SE+는 선택할 옵션도 거의 없고, 2,580만원의 2륜 LE를 선택해야 옵션들이 제공되는데 닛산 로그의 사양들과 비슷한 항목들(네비게이션과 파노라마썬루프, 루프랙을 제외)을 선택해보니 256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풀옵션에 가까운 RE와 RE+에서도 차체자세제어장치(경사지보조장치 및 타이어공기압모니터링장치 포함)가 기본이 아닌 105만원의 옵션으로 제공되는 이상한 상황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QM5의 닛산 형제모델, 로그의 모델(trim) 구성과 비교해보자.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닛산 로그는 기본과 고급의 단 두 가지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충돌안전장치와 주행안전장치는 공통적으로 기본장착 사양이다. 기본형과 고급형의 차이는 알로이휠, 사이드미러와 도어핸들의 색상과 바디색상 일치 정도의 기본사양의 차이말고는 옵션 제공 여부가 핵심이다. 두 모델간 가격 차이는 140만원. 결국 기본형에 140만원을 추가하면 고급형을 살 수 있고, 고급형에 붙어 있는 옵션들, QM5에서 보여지는 대다수 고급사양(경사주행보조, 보스사운드, 6CD/MP3, 제논헤드램프 , 지능형스마트시스템, 블루투스, 앞좌석 접기 등) 모두를 200만원 내외의 패키지로 구매할 수 있다. 4륜에서는 가죽시트패키지(가죽시트, 열선좌석/전동조절, ECM룸미러, 열선사이드미러 등)가 170만원에 추가로 제공된다.

따라서 미국의 소비자들은 단 한 번 140만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옵션선택권을 얻을 수 있는 반면,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장치들을 얻기 위해서는 7개 모델을 거쳐야 한다. 그 결과 수동기어 기본형 2,165만원으로 시작된 QM5의 가격은 풀옵션의 경우 3,500만원을 넘는다. 썬루프와 네비게이션 등을 제외하고 닛산 로그와 겹치는 사양(보스사운드, 안전장치패키지, 스마트카드, 제논헤드램프, 투톤칼러) 등이 모델별로 다르게 옵션으로 제공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제작사의 욕심이 드러나는 대목이 있다. 2륜과 4륜의 구분이다. 미국에서는 자동기어와 수동기어의 구분처럼 하나의 옵션에 불과한 구분이 한국에서는 마치 모델 자체를 구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더구나 4륜구동은 2,770만원의 LE부터만 가능하다. 고급형모델이 아니면 아예 4륜 선택이 불가능한 못된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익극대화를 위한 가격차별화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전형을 보여 준다. 산타페가 욕을 먹고 있는 소위 부당한 옵션질에 대한 QM5의 학습효과가 대단하다는 걸 보여준다.

참고: 르노삼성의 QM5 가솔린 씨티와 한국 닛산의 수입SUV 로그

경쟁이 없는 시장이 부른 끼워팔기

처음 QM5를 보면서 기대했던 개선은 물건너 갔다. 선택지가 넓어지길 기대했는데, 아쉽다. 해외에서 2100만원에 팔리는 차량을 국내시장에 수입하는 순간 3,000만원대 차량으로 만들어 버리는 수입장벽의 힘이 지금까지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지켜주고 있다. 그런데 그 혜택을 입은 국내 제작사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희생에 보은하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다. 언제까지 수입장벽이 그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게다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듯한 국내 제작사들의 얄팍한 상술이 오히려 수입자동차의 부당한 가격을 조장해 온 측면도 있다. 이제는 오히려 수입차들이 가격인하 경쟁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국내 소비자를 뜨네기 손님 취급하는 국내 자동차회사들

소비자들은 그들을 귀하게 여기는 자동차사에 감동할 것이고, 그런 자동차사에 충분한 프리미엄을 지불하려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걸 아직도 국내 제작사들은 깨닫지 못한 것 같다. 르노삼성이 해외의 기술력에 의존했다지만 내구성의 개선을 보였을 때, 그리고 수입자동차에서나 나타났던 정비서비스를 보였을 때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보라. 그 덕에 르노삼성은 최근까지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참고: 국내 제조사 정비서비스 평가 결과)를 받고 있다. 왜, 사람들이 CR-V에 몰릴까? 정말 단순히 싼 가격이라고 생각하나? 소비자들은 단순히 싸다고 선택하지 않는다. 싼 걸로 치면 미국 SUV의 판매가 늘어야 하지 않겠나? 대중 브랜드의 차일수록 합리적인 사양과 가격, 그리고 내구성을 가진 차들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럭셔리 카 중심의 수입차 시장은 아직도 국산자동차와 경쟁하는 시장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제작사들은 해외시장과는 다르게 지속적으로 자동차 가격을 인상해 온 결과, 일부 자동차의 가격은 이미 수입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가격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수입장벽 덕택에 사실상 양분되었던 국산차 시장과 수입차 시장의 접점을 국내 자동차제작사 스스로 만든 셈이다. 수입차 시장이 국산차 시장과 겹치기 시작하는 때에 급격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과거에는 수입차 구매자와 국산차 구매자의 소득계층이 크게 겹치지 않았다. 변화는 이제 부터이고, 해외 제작사들은 그 변화를 감지하고 국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혼다가 그 과실을 얻기 시작하고 있고, 닛산도요타가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서 중형 승용차와 중소형 SUV를 가지고 들어온단다. 지금의 구태를 계속하는 한, 국산 차량들이 해외 대중브랜드 차량들을 이겨낼 것이라고 아직은 상상되지 않는다. 더구나 치열한 미국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뽑은 2006년 부문별 탑10을 모두 휩쓴 일본차의 "공습"이다.

"한국에 들어가면 어떤 SUV를 살까?" 허약한 체질을 화려한 장신구로 감싸고 등장해 온 기존 SUV와 하등 다를 바 없는 QM5의 싱거운 등장으로 르노삼성차를 구매리스트에 올려놓았던 대안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초고: 11/23/2007
Updated: 2/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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