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보험회사의 자동차보험 판매 거절이 문제? 자동차 시장은

보험제도는 국가에서 직접 관장하기도 하고, 민간부문 즉 시장기능에 맡겨진 부분도 있다. 한국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이 전자의 예라면, 일반 생명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등이 후자에 속한다. 요즈음 국민건강보험의 민영화를 외치는 무시무시한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이미 민간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자동차보험을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범주로 다루려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원의 보도자료를 모든 신문들이 비슷한 내용으로 다루고 있는데, 그 중 한 기사를 여기에 소개한다.

"운전경력 10년차의 이 아무개(경기 안양시 평안동)씨는 지난 달 자동차보험 만기가 돌아와 갱신을 하려 했다. 그러나 최근 1년새 자동차 사고로 세 차례 보험 처리를 했다는 이유로 손해보험사들로부터 보험 가입을 거부당했다. (중략) 한국소비자원 (중략) 보고서를 보면, 손보사들의 보험인수 거부 사유는 운전자의 거주지역(43.2%)이 가장 많았고, 차종(38.6%), 사고경력(33.0%), 할인할증률(19.3%), 차량연식(15.9%) 등이 뒤를 이었다. 보험사들은 또 스포츠카, 지게차·렉카 등 특수차량, 수입차, 경차의 가입 자체를 거부하거나 자차손 거부, 공동인수 등의 조건을 내세우기도 했다. 장기 무사고운전으로 보험료 할인폭이 크거나 할증률이 낮은 경우에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가입을 거부하거나, 책임보험 한정 가입 또는 1인·부부한정 추가특약 등을 요구했다. 또 출고된 지 10년이 지난 국산차, 5년 이상된 외제차는 책임보험만 가입시키고 자차보험을 받아주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하 생략).

출처: 수입차, 경차 보험가입 힘드네 (한겨레, 2/14/2008)
참고: 보도자료 (소비자원, 2/14/2008)

위 기사를 읽으면서 의문이 생긴다. 한국의 보험사들은 왜 모든 운전자에게 자동차보험을 판매하지 않을까? 모든 운전자들은 자신이 원하면 자동차보험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하나? 또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영 보험사가 수익성이 없는 고객에게 더 이상 자동차보험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되나? 보도자료나 기사를 봐서는 위 질문에 '아니오'라는 대답을 얻기 힘들 것처럼 보인다.

내가 보험사의 주주라면 위험이 높은 운전자를 우량 운전자와 차별하지 않는 경영진을 그대로 둘까?

한 운전자가 1년 동안 세 번의 사고를 낸다는 것은 예삿 일이 아니다. 그런 이력을 보유한 사람을 다른 고객들과 아무런 차별없이 회사의 고객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사고 경력자가 다시 사고를 낼 확률은 무사고자가 사고를 낼 확률보다 높다는 것은 많은 학문 연구들과 보험회사는 물론 은행과 신용카드사의 현장 경험에서도 이미 입증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그들에게는 더 높은 이자율이나 더 높은 보험료라는 벌칙이 주어지지만, 그래도 회사에게 영업이익의 감소를 초래한다면 그 때도 고객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지역문제도 마찬가지다. 특정지역의 사고율이나 손해율은 단순히 그 지역 운전자들의 운전 행태 뿐만 아니라, 그 지방의 열악한 도로여건이나 교통시설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지역 운전자들에게 다른 지역과 동일한 보험료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면 영업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지역별 보험료 차별은 이유야 어떻든 금지되고 있는 까닭에 보험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종수단은 아예 판매를 중지하는 것이다. 위 기사는 이를 보험사의 "단순히 수익성만 쫓는" 행위로 보고 있다. 그런데 그 얄퍅한 상술의 이면에 다른 것은 없나?

지금 보험회사들은 생존경쟁이다. 재무 상태가 악화되면 주주가 추가로 돈을 집어 넣어 증자를 하던가 새로운 주주를 모집해야 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되고 간판을 내리는 길 밖에 없다.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한국에서 이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IMF 이후다. IMF 이전의 관치금융 시대에는 보험사 마음대로 자동차보험료를 결정한 게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따라 좌우됐다. 자유가 없는 대신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더라도 정부에서 보험료를 조정해주는 등 챙겨줬다. 망하는 걸 걱정하는 보험사가 없었다. 은행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르다.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고 고객으로 받아들일지 말지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를 얻었다. 정부의 간섭도 확연히 줄었다. 대신 책임도 뒤따르고 있다. 수익성을 창출하지 못하는 보험사는 시장에서 퇴출된다. 1997년부터 2003년 사이에 10여개의 보험사가 부실보험사로 전락해 아예 문이 닫히거나 새로운 주주의 등장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물론 보험사의 자유재량의 정도는 늘고 있지만, 아직도 가격에 거의 반영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소비자원이 문제라고 언급한 지역, 차종과 차량연식 등의 항목들이다. 현실에서는 차이가 발생하고 있지만 보험료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십수년동안 무사고가 되어야 받을 수 있는 할인 정도를 수년동안만 무사고여도 받을 수 있도록 한 과거의 정책적 배려가 지금에 와서는 10년 무사고의 단골고객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천덕꾸러기로 대접받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이른바 할인할증 문제다. 장기무사고 운전자들은 배신감까지 느끼는 상황이지만, 보험사를 일방적으로 윽박지른다고 해소될 사안도 아니다. 보험사들은 그 "단순한 수익성"에 목을 메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로 지적된 보험사의 현재 관행들과 정부 규제나 주변 제도의 타당성 간에 저울질이 있어야 했지만 기사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참고: 기형적 할인할증제도: 무사고계층일수록 손해나는 고객? (서울파이낸스, 6/5/2006)

그런데 왜 자동차보험만 문제가 되나? 운전자 보호가 아니라 "제3자 보호" 때문

일부 운전자들은 자신이 자동차보험 가입을 거부당했다고 억울해 하지만, 그게 억울한 일인지 냉정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위험이 큰 사람들일 개연성이 크다. 소위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승인, 카드발급, 보험가입이 거부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사례다. 그렇다고 이번 기사처럼 보험사의 판매 거부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과거 병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생명보험이나 암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사례는 흔히 있는 일이고 (물론, 나라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에서 민영건강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사례는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다) 공정거래에 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데 자동차보험에는 다른 점이 있다. 위험이 높은 운전자의 보험가입이 거부되면, 그들이 일으키는 사고가 거리의 보행자 등 다른 제3자를 포함할 경우 인적/물적 피해를 해결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운전자 개인의 손해배상능력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험 운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다른 보험처럼 방치하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다. 따라서 대안으로 제시된 방안의 하나가 여러 보험사가 위험운전자의 제3자(대인/대물) 배상책임보험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받아 들이고 사고가 나면 손해도 분담하는 공동인수제도(risk pool)다. 이는 정부가 인수를 거부하는 보험사들에게 공동책임을 지우는 일종의 강제판매제도다. 결국 제3자와 관련된 부분은 어떤 형태로든 자동차보험에 가입되도록 되어 있다. 결국 위험이 매우 높은 운전자들은 자동차보험의 전체 담보(배상책임담보/자기신체담보/자차담보)에 대해서 높은 보험료를 내고 가입하거나, 그마저도 보험사가 가입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제3자 보호를 위해 배상책임담보만 공동인수형태로 가입될 수 있는 것이다.

자기신체담보와 자기자동차담보는 생명보험 등 다른 금융상품과 다를 바 없다

기사에서 언급된 자기신체/자차 담보의 거입거부는 제3자와 관계없는 운전자의 피해에 한정되는 경우여서 다른 보험의 가입 거절과 다를 바 없다. 소비자원이 이를 심각한 인수거부의 사례로 든 건 자동차보험을 모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건강보험과 동일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자동차보험의 의무 가입은 본질적으로 제3자 배상책임으로 한정된 것이다. 물론 소비자원의 지적은 보험사의 공동인수제도의 '남용'에 초점을 맞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회사들이 보험료와 보험금을 나누는 공동인수가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보다 수지가 맞는 일이 아닌 바에야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보다 본질적인 접근이 있어야 했다. 공동인수로 분류되어 높은 보험료를 물어야 하는 운전자 개인의 입장에서야 답답한 일이지만, 해당 개인에게는 판매가 일어나지 않는 시장의 공백을 일종의 판매강제를 통해 보완하는 제도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사회적으로 실익이 없다. 물론, 운저자 자신의 신체 피해도 사회적으로는 손실이다. 따라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자기신체담보까지 의무가입 요건으로 묶는 사례도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자동차보험제도의 개선을 생각해 볼 수는 있겠다.

자동차시장이나 주변 제도의 문제도 자동차보험의 판매 거절을 초래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은 따로 존재하는 섬이 아니다. 여러 다른 시장들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차종의 거부는 주로 자동차시장이나 주변 제도에 기인하는 경우다. 그런데 수리비나 부품가격의 문제, 안전도 문제 등 자동차시장이 원인을 제공했지만 사건은 자동차수리 등 애프터마켓이나 보험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1,500cc의 동일 배기량의 승용차이지만 승용차 A는 승용차 B에 비해 유사한 사고에서 인명 피해나 수리비가 더 크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면, 승용차 A의 운전자는 B 운전자와 똑같은 보험료를 내고 더 많은 보험금을 가져가는 것이다. 보험사로서는 승용차 A의 보험료를 더 비싸게 책정해야 하지만, 배기량별로만 차량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한 상태에서는 비싼 보험료 부과가 불가능하다.

참고: 차량 모델별 보험료 차별

그동안 차량의 안전도나 수리성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나 비용은 소비자와 보험사에게 돌리고 혜택만 챙겼던 자동차제작사의 소극적 입장 등 여러 이유로 차종이나 차량연식별 보험료 차별이 보험시장에 도입되지 못했다. 지난 2007년에야 도입이 확정되었고, 시행은 2008년 4월부터다. 그러니 보험료를 따로 받을 수 없고 받아야 손해만 되는 차종이 있었다면 판매가 거부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보험거래의 공정성의 문제라면 금융감독당국의 권한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여러 산업이 얽혀 있는 경우라면 소비자원이 그 존재 이유를 발휘해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보험시장과 자동차시장 사이의 피드백 과정이 없다

물론 감독당국이 보험의 인수거부 문제를 현행 법규를 근거로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보다 수리가 용이한 차량, 보다 안전한 차량, 보다 저렴한 부품 유통망의 문제는 자동차시장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미국의 고속도로안전 보험연구원(IIHS)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차량의 안전도와 수리성 여부에 대한 보험시장의 평가와 이를 근거로 한 보험료 차등화가 자동차 시장에 피드백 기능을 할 것이라 본다. IIHS의 연구는 보험사의 주된 보험료 산정 자료이다. 특정 차종이 비슷한 다른 차종에 비해 필연적으로 더 많은 보험금을 가져가는 경우, 그런 차종을 보험사에서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선진국 대비 낮은 자동차 안전장치 의무장착률

국내 자동차시장은 자동차기업의 육성을 위해 국내 시장의 안전 수준을 낮게 유지해 온 측면도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희생이다. 지금도 국내 시장은 차체 안전 설계와 운전석 에어백 1개가 의무 장착의 기준이다. 과연 글로벌 기준으로 본 자동차 안전이 차체 안전설계와 1개 에어백으로는 지켜질까? 나머지는 자동차회사의 옵션 판매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이 순간, 동일한 2008년식 소나타를 타더라도 어떤 모델에 탑승했느냐에 따라 안전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차종간 수리비 편차도 심하다고 한다. 동급 배기량의 A사 차량이냐 B사 차량이냐에 따라 부품비도 다르고 공임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자기차량담보의 보험료는 배기량만 같으면 기본보험료는 차이가 없다.

현재 보험시장은 안전 장치를 부착한 차의 보험료를 추가적으로 할인해주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보험시장은 안전하지 않다고 평가된 차, 수리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차에게는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아예 자동차보험 중 자기차량담보의 가입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중이다. 그 변화를 온전히 특정 자동차를 선택한 운전자가 모두 감당하라는 건 부당하다. 빈약한 안전도, 높은 수리 비용 등 원인을 제공한 것은 자동차제작사이기 때문이다. 그걸 어느 정도 해결하려는 자동차제작사의 노력이 있어줘야 한다. 그 다음에 그런데도 불구하고 차량을 선택한 운전자에게 선택의 책임을 물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의 보험제도는 그런 과정이 생략되었고, 자동차회사는 법규상 기준만 지키면 실제 안전도나 수리비용 등 자사 차량의 실제 평가에 대해서 특별한 부담을 지지 않는다. 자동차시장에서 구매자인 운전자들이 보험시장에서 차량 선택의 책임을 모두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불행히도 소비자원의 자료에는 이에 대한 고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운전자에게 당장 좋다고 모든 게 좋다거나 운전자에게 당장 불리하다고 모든 게 나쁜다는 접근방식은 일을 그르치기 쉽다. 운전자에게는 자동차보험에 대한 불신만을, 감독당국과 보험사에게는 대증요법만을 부추길 뿐이다. 보험의 공공성이 아무리 강조되더라도 자동차보험회사가 민간기업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과거에는 마음대로 가격을 책정할 수 없는 대신 정부가 보호해 줬지만, 이제 보험사는 자사의 독특한 영업정책이 반영된 가격을 산출하는 자유를 얻은 대신 되도록 위험이 낮은 고객을 선별해서 이윤을 창출하고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기업이다. 시장경제에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경제적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정부가 아니라 사기업으로 구성된 민간보험에 자동차보험시장을 맡긴 바에야 보다 균형잡힌 시각과 합리적 대안의 제시를 자동차보험 관련 기사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 그래도 보험가입이 거부된 운전자는 참 답답하다 - 손해보험협회 상담센터 연락처: 02-3702-8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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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8/02/18 02:0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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