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간소한 운전면허시험? 자동차와 생활

참 세상 쉽게 산다~

혹시 정부 당국자는 자동차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큰 선물인 것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는 때만 되면 자동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니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운전은 나만 안전운전한다고 안전해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이유때문에 운전면허가 존재한다. 운전자는 스스로 뿐만 아니라 남을 보호하기 위한 운전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국내 도로에서는 방향지시등을 넣지 않고 운전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방향지시등이 고장날 경우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그런 사람들과 도로를 같이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때때로 등골이 오싹해진다. 부실한 교육과 점수따기 식 벼락치기 필기시험과 요령만점 실기시험 덕에 초보 딱지 붙이고 도로에 올라 선 운전자들은 그 때부터 제대로된 운전을 배우느라 애를 먹는다. 운전의 기초가 되어 있지 않으니 국내 도로에서 나타나는 바닥 수준의 운전 예의도 이미 예견된 일. 그만큼 나머지 운전자들에게 국내 운전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실제로 외국에서 운전하다 국내에서 운전하면 그 피로감은 몇 배에 달하고, 운전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예의는 개인의 품성 이전에 교육에서 나온다. 국내의 운전교육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참에 그 교육조차 간소화하겠단다. 더구나 미국과 유럽을 견학하고 내린 결론이라고 하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도대체 그들은 무얼보고 왔단 말인가? 혹시나 일정이 바빠서 그 나라 운전 환경을 본 것이 아니라 면허시험장만 견학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해외사례 조사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는 환경을 도외시한 제도 비교다. 그런데 굳이 외국 현장까지 다녀오면서 그런 오류를 범해야 했을까. 아쉽다.

다음의 관련 기사의 일부: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고 교통안전교육도 현행 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중략). 정부가 규제개혁을 내걸고 무리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건드려서는 안 될 부분까지 간소화하는 것은 아닐까요. 틴팅만 해도 그렇습니다. 정부는 경찰청과 제대로 협의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틴팅 규제 완화안을 내놨지만 결국 국회에서 퇴짜를 맞았습니다. (중략). 그런데 틴팅보다 훨씬 파급효과가 큰 운전면허 교육이 줄어든다니 장기적으로 그 영향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중략).
운전을 전혀 몰라도 문제집 하나 풀고 공식에 따라 몇 번 연습하면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는 것이 한국의 운전면허 취득 구조입니다. (중략).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과 유럽 등의 운전면허 취득 과정을 견학하고 내린 결정이라는데 자동차 선진국의 운전문화와 한국의 그것을 수평선상에 놓고 시험 시스템만으로 비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자동차 선진국에선 어릴 때부터 부모와 교통안전 교육기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동차 문화를 배웁니다. 그런 토대 위에서 운전면허시험이 치러지는 것이죠. 오직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만 있는 한국의 상황과는 다릅니다. (이하 생략).


출처: ‘운전면허 시험’ 더 깐깐해도 모자랄 판에 (동아, 11/24/2009)
참고:
틴팅 규제 완화?